엄마의 끄적임 20

雪中梅

며칠전, 제야의 지인께서 사진 한 장을 보내주셨다. 雪中梅. ‘눈보라 속에서도 피는 꽃’ ‘눈이 내리는 중에 핀 매화’ 매화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도 차가운 눈발 나리는 1월말에서부터 다른 나무에 비해 일찍 피고... 쓰리고 아린 찬 겨울바람을 뚫고, 침묵의 어둠을 뚫고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는지... 어찌 그리 매혹적인 향기를 지닐 수 있는지... 모두들 잠든 깊고 어두운 침묵의 밤에 홀로 일찍부터 아주 작은 꿈틀거림이 있었겠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수없이 많은 꿈틀거림. 그렇게 그렇게 혹한의 겨울에 눈을 튀운다.

엄마의 끄적임 2023.01.13

힘을 내자!

오늘 찍어본 사진에서 6월, 다시 갈라진 작은뼈 하나가 잘 붙고 있다니 다행이다. 5살때 첫 발차기로 시작한 수영이 요즘처럼 런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큰 자유로움을 주는 운동이라 다행이지 싶다. 오랜시간 볼을 차며 뛰어다닌 너에게 요즘은 참 힘든 시간이겠지. 뛰고 싶지만 참아야하는 시간... 볼을 찰 수 없는 시간... 다시, 작은 뼈 하나가 붙는데 걸리는 시간... 뼈가 붙어 단단해지는 시간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도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어야겠지. 얼른 잘 획복해서 물속이 아닌 경기장에서 볼을 차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응원한다, 아들! 힘내자!

엄마의 끄적임 2022.08.30

단주 유림

"나의 이상은 강제권력을 배격하고 전민족, 나아가서는 전인류가 최대한의 민주주의하에서 다같이 노동하고 다같이 자유롭게 사상하는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다." -1945년 환국직후 기자회견중에서 텃밭가는 뒷길은 북한산 둘레길... 둘레길 주변으로 민족선열.애국지사. 독립운동가라 불리우는 많은 분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던, 그렇지않던, 지금은 그분들의 삶을 기록으로만 접할 수 있지만... 생활권 아주 가까이에 독립과 민족, 인류애를 고민했었던 분들이, 그것도 여러 분들이 잠들어계시다보니... 사뭇, 다시금 한번쯤은 그분들의 사상이 못내 궁금해지며 지나치는 발걸음이 못내 숙여해지는 주말... 어느 아침!

엄마의 끄적임 2021.08.16

7월 텃밭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주말. 오랫만에 들른 밭은 풀밭과 꽃밭. 가지와 고추는 엄청 달렸다. 지지대를 세우고 줄을 묶어 줬을 뿐인데... 노동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너무 많은 수확이다. 방울토마토도. . . 별처럼, 불가사리처럼, 옆 밭의 도라지가 선명하게 자신을 뽐내고 바지런한 주인을 닮은 그 옆 밭의 오이가 싱그럽다. 어릴적 인상깊었던 '책과 콩나무'가 생각나는 콩덩굴이다. 콩덩굴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 마치 동화속의 세상이 나타날듯. 향이 좋은 커피를 내려와 나눔 하시는 뒷밭 바리스타쌤의 꽃양귀비는 황홀한 빛깔로 마음을 흔든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먼 뒷밭의 봉선화는 무리지어 경계를 이루고. 내 밭에도 예쁜 채송화, 카모마일과 어울리고... 올해도 씨뿌리지않아도 스스로 꽃을 보이며 자신의 강인임을..

엄마의 끄적임 2021.07.12

강한 바람에도

가는 길... 정감있는 싸리꽃이 반긴다. 전체 텃밭은 꽃밭과 텃밭이 공존하고, 나의 밭은 풀밭과 텃밭사이. 밭을 보면 주인을 대략 짐작할 수 있는데. . . 바쁘다는 이유로 잘 돌보지못하고 자주 들르지못하여 요즘 정신없는 주인같이 밭이 천방지축이다. 그래도 감사하게 햇볕과 비와 바람에 스스로 커가고 있는 작물들! 지난번 지지대를 세워준 보람이 있다. 방울토마토 몇 알 수확. 조금 덜 필요한걸 과감히 뽑아내야한다. 그래야 선명해지고 여유공간이 생긴다. 생활도 마찬가지. 불필요한걸 과감히 덜어내야 여유가 생긴다. 그래야 명확해진다. 항상 욕심을 버리고 비우는게 쉽지는 않다. 가끔은 풀이 아닌 부추를 뽑아버리기도 한다.

엄마의 끄적임 2021.06.17

텃밭... 어느덧 가을한복판

10월 밭은 어느덧 가을의 한복판이다. 텃밭과 꽃밭사이... 봄에 씨뿌려 피었던 채송화가 피고지고 또 피었다. 자색무...맛보다는 이 자줏빛 빛깔을 보기위해 심는다. 감자꽃을 보기위해 감자를 묻듯... 언듯보니... 자줏빛깔 국화와 셋트가 되었다. 이제는 깔끔하고 예뻣던 하얀무가 밋밋해보인다. 나의 카모마일...어찌 차로 마실 수 있으려나. 꽃이 진 자리엔 어김없이 씨앗! 내가.. 진 자리엔...

엄마의 끄적임 2020.10.09

늦된 아이들!

텃밭에 늦된 아이들이 있다. 센터에도 늦된 아이들이 있다. 삐뚤빼뚤 다 틀리는 맞춤법. 여러번 반복해도 잘 못 푸는 수학. 잔소리를 해도 편식하고, 천방지축 뛰며 장난치며 싸우는 아이들. 자세히 보아야 이쁜 아이들... 오래 보아야 이쁜 아이들... 시인의 말이 딱 맞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니 이쁘다. 천방지축이어도 이쁘다. '지지대'가 되자! 멋도 없이 그냥 일자로 쭉 벋어 별로 쓸데 없는 막대기 하나... '지지대'란 이름이 붙으면 달라진다. 그져 그 자리에 진득이 꽂혀 있으면 된다. 힘없는 작물들이 버틸 수 있도록, 힘든 아이들이 기댈 수 있도록... 진득이 꽂혀 있는 지지대가 멋지다.

엄마의 끄적임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