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끄적임

늦된 아이들!

싸리나무 2020. 9. 15. 19:44

텃밭에 늦된 아이들이 있다.

 

비실비실하여 풀숲에 버려뒀던 오이줄기에서...

 

풀숲에서 버텨 노각이 달렸다.

 

밭을 뒤집고 가을작물이 자라는 사이...뒤늦은 가지가 달렸다.

 

이미 수확을 마치고 밭가에서 가늘가늘하던 옥수수 한대... 뽑아버리려다 놔두었더니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작은 옥수수가 달렸다.

 

작년가을...혹시나하고 살아남은 뿌리만 뭍어둔 소국이 겨울을 나고 자신의 때를 만났다. 놀랍다.

 

공동 논...벼가 익어 간다.

 

파란 물감같은 하늘... 가을이 오고 있다.

 

돌보지않아 풀숲에서 있는지도 몰랐던 아이가 누워서도 자랐다.

 

진한 들깨 향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뒤늦게 일으켜 세운다.

 

지지대만 세워줬을 뿐...

 

센터에도 늦된 아이들이 있다.

 

삐뚤빼뚤 다 틀리는 맞춤법.

여러번 반복해도 잘 못 푸는 수학.

잔소리를 해도 편식하고,

천방지축 뛰며 장난치며 싸우는 아이들.

 

자세히 보아야 이쁜 아이들...

오래 보아야 이쁜 아이들...

시인의 말이 딱 맞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니 이쁘다.

천방지축이어도 이쁘다.

 

'지지대'가 되자!

멋도 없이 그냥 일자로 쭉 벋어 별로 쓸데 없는 막대기 하나...

'지지대'란 이름이 붙으면 달라진다.

그져 그 자리에 진득이 꽂혀 있으면 된다.

힘없는 작물들이 버틸 수 있도록,

힘든 아이들이 기댈 수 있도록...

 

진득이 꽂혀 있는 지지대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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